q민족공조와 통일r합동강연회 강연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공조

 

윤경로(한성대학교 총장)

 

 

머리말

 

2005년 올해는 우리 한민족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뜻 깊은 해에 해당합니다.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05년에 우리민족의 사실상의 주권(외교권)이 일본에 박탈당한 이른바 e을사조약f이 체결 된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일협정이 체결된지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또한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관계를 견지하던 남북관계를 종식시키고 분단된 조국에 새로운 통일기운의 새바람과 이정표를 구축한 615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에 해당합니다.

이같은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하는 뜻 깊은 2005년 이해에 이렇듯 일본에서 재일동포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생각해보고 민족공조와 민족의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을 여러분과 함께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재일동포 여러분들을 대하니 먼저 만감이 교차됩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 여러분과 여러분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이 일제시대 강제연행 징집되어 그동안 당한 온갖 차별과 탄압 그리고 수모를 생각할 때 만감이 교차됩니다. 더욱이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우리민족, 조선민족의 얼과 정체성을 지키며 이 자리까지 오신 여러분들을 대할 때 먼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조국의 분단으로 반세기 넘도록 여러분들이 받았던 아픔과 설움과 한을 생각할 때 더욱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 지구상 6대주 5대양에 7백만에 이르는 재외동포가 살고 있지만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여러분들만큼 민족문제를 치열하게 생각하며 만난의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줄기차게 지켜온 해외동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어느 해외 동포사회보다 우리말과 우리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는 민족교육 곧 조선학교와 민족학급을 운영하며 2-3세들의 민족교육을 추동하며 민족공조와 통일운동을 전개한 재일동포 여러분은 다른 해외 지역의 동포들과 분명히 차별성이 있습니다. 우선 이점에 대해 깊은 경의와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 여러분들과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생각해보고 민족공조와 민족의 통일을 함께 생각하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은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2월 도쿄에 둘러 민단과 총련 관계자들을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개최해오던 재외동포교육자대회를 2005년도에는 일본에서 개최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습니다. 이 일은 여러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일정 가운데 가나가와현에 있는 난부()조선초등학교(박재화 교장)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 총련에서 운영하는 조선학교가 민족교육을 잘 가르치고 지키고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현장을 방문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돌아본 소감은 한마디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적인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민족교육을 수행하는 박재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지만 특히 인상적으로 감동을 준 것은 어린 학생들의 구연동화 발표회를 보며 큰 감명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발음도 뚜렷한 우리말로 한반도(조선반도) 지도를 그려놓고 자기 조상들 즉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조국의 고향 함경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 8도를 소개하고 자랑하며 우리 모두 하나되어 통일을 이루자는 어린이들의 구연동화와 노래와 춤을 보고 들으며 우리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큰 감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뒤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 계승하기 위해서는 후세들에 대한 교육만큼 중요한 사업이 없습니다. 해를 더해 갈수록 해외 교포 동포사회에서 후세교육에 대한 열기와 지원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지만 이 사업은 결코 포기해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대단히 중요한 사업입니다.

 

1. 우리민족의 역사성과 세계성

 

엄밀한 의미에서 지구상에 단일 인종 단일 민족국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대단위 국가의 경우가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현재 중국은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민족으로, 미국 또한 122개의 인종과 민족으로, 구 소련 역시 127개의 소수 민족과 인종이 섞여 만들어진 연방국입니다. 이 점은 유럽을 비롯한 남미, 동남아시아의 여러 인종과 민족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가 아닙니다. 이점에 주목할 때 근대 민족국가 개념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여러 민족과 인종 사이에 이주 이민의 역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보다 역동적으로, 대단위로 추동된 것은 20세기 이후부터라 할 것입니다. 즉 산업혁명 이후 기계문명의 발달에 따른 교통망의 발달과 제국주의 침략전쟁이 노정된 20세기, 지난 100여년 간 국가와 지역간의 충돌과 전쟁으로 e침입과 방출f에 의한 이주와 이민이 강제되었습니다. 향후 21세기의 세계화와 지구촌화 추세는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작금 세계화 추동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국가개념이 날로 희미해지는 현상에서 우리는 이같은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이상과 같은 이주이민의 역사현상은 우리민족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민족 어느 인종의 그것보다 더욱 치열한 이주이민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이 삶의 터전인 한반도를 떠나기 시작한 역사는 기록상 1860년대부터로 추정됩니다. 봉건 왕조의 말기적 지배통치하에서 신음하던 농민층이 가난과 기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변경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출발된 한민족의 이주이민의 역사가 이후 그 외연을 크게 확장시키게 된 배경은 익히 알려진대로 1894년 동학농민전쟁의 좌절과 청일전쟁 그리고 1904년 노일전쟁 이후 국권이 일제에 의해 강점당하는 비운과 위기를 맞으며 가속화되었습니다.     

현재 세계에는 700만 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170여 개국에 분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구수로 말하면 세계 6(러시아-중국-인도-이스라엘-이태리-한민족)에 해당되며 인구 비례로 본다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됩니다. 대한민국 정부 의 공식통계인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재외동포현황>(2003. 1.)에 따르면 608만 명의 해외동포가 세계 각국에 포진해 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에 230만 명, 중국에 215만 명, 일본에 64만 명(귀화동포 60만명 포함하면 120만명을 선회함) 그리고 러시아 지역에 56만 명 등 전체 해외동포 중 90%를 넘는 해외 동포가 이상의 4개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가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현재 남북한 7천만 인구(남한4800, 북한 2300) 10%에 육박하는 700만 명이 해외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 우리민족의 남다른 역사성을 말해주는 동시에 우리민족의 크나큰 자산이라 하겠습니다. 

흥망성쇠로 교차된 인류사를 돌아볼 때 우리민족이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이라 할 것입니다. 여러 주객관적인 조건에서 우리민족은 참으로 여러 악조건을 지닌 작고도 열악한 민족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고한 대륙세력과 잔인한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 위치한 자그마한 반도국가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견지하며 이렇듯 반만년동안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e기적f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리민족의 남다른 e역사성f을 돌아볼 때마다 우리는 한국인, 조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보다는 좌절감과 자괴감 그리고 패배의식에 깊게 침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신천지를 꿈꾸며 미국 등 먼 나라로 떠나기도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국 만주 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라스크 등 연해주 일대로 떠난 한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이곳 일본의 재일동포 사회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닌 강제 이주였다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인 것입니다. 해외 거주하는 한인들의 조국사랑 마음이 하나이지만 그중에도 조국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더욱 강렬한 동포들이 재일동포인 것은 이러한 남다른 역사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싫어서 떠났든 강제로 떠났든 우리민족만큼 조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은 민족은 없습니다. 내 조국 내 모국을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백성이 바로 우리민족의 특징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조국을 떠나며 모든 것을 잊는다고 하였지만 모이기만 하면 조국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국인, 조선인인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조국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그 심성은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미운 정 고운 정 그런 e정f() 때문이란 말입니까. 우리민족이 유달리 정이 많은 민족임은 틀림없습니다. 어제까지 이승만 독재정권 물러나라 소리치다가도 막상 그가 하야한다는 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민족, 반세기가 넘도록 철천지 원수관계였던 남북한 백성들이었지만 이산가족이 상봉하여 얼싸안고 뺨을 비벼대며 정을 쏟아내는 민족, 그리고 이들의 만남의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의 모습인 듯 흐느껴 통곡하는 민족, IMF 조치로 나라가 침몰위기에 처하자 집집마다 아들, 손자, 손녀의 돌반지와 장롱 속 깊게 묻어 두었던 금가락지, 금비녀를 들고 나오는 백성. 이뿐입니까. 이국 땅 어려운 이국생활 속에서 아껴 모은 달러와 엔화를 본국에 송금하는 해외동포들, 북녘 땅의 동포들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토록 원수같이 여기던 적대관계를 뛰어넘어 쌀이며 비료며 각종 의약품과 의료진을 보내는 등 동포애를 구가하는 민족인 바로 우리 한민족이 아닙니까. 

우리 민족의 남다른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민족만큼 전 세계에 해외동포 교민이 폭넓게 산재되어 있는 민족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700만명에 이르는 우리민족 해외동포가 전 지구촌에 산재되어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미국 각지의 e코리안 타운f, 러시아의 e고려인사회f, 일본의 e재일동포f, 중국 동북삼성에 분포되어 있는 e조선족사회f, 남미의 e꼬레아f 그리고 최근 건설 붐을 타고 진출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여러지역에 e건설산업 역군f 등이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지구촌 어느 곳이고 우리민족이 살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우리민족은 e글로벌(global)한 지구촌 공동체f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태민족이 이렇듯 전 세계 각 처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까. 중국인이 이렇듯 퍼져 있습니까. 일본인이 그렇습니까. 이는 돈으로 산출할 수 없는 우리민족의 크나큰 자산이자, 보배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 귀한 자산과 보배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이 귀한 e구슬f들을 엮어내는데 눈길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더 옳다 하겠습니다. 이제는 이 일을 해낼 때가 된 것입니다.

 

2.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조선심'

 

세계에 산재해 있는 e보배로운 구슬f 곧 한민족 해외동포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은 향후 우리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매우 긴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 긴요한 작업을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e구슬f이란 무엇이겠습니까. 한마디로 사람입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닌, 다시말해 e한국심f 혹은 e조선심f을 지닌 e구슬f들을 꿰어 해외 한민족 공동체라는 e보배f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민족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한민족이란 무엇입니까. 이는 마치 e인간이란 무엇인가?f 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려운 e화두f입니다. 따라서 우리민족의 특성과 정체성을 한마디로 개념 규정하기는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흔히 우리민족을 가리켜 e백의민족f, e단군자손f이라 하고 우리 민족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인간상을 e홍익인간f(Ovl)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의 특성으로 e한f과 e흥f과 e멋f과 e정f 그리고 e신바람f이라는 말을 즐겨 쓰기도 합니다. 또한 e은근f과 e끈기f를 우리민족의 특성으로 꼽기도 하고 e혼f과 e백f() 또는 e얼f로 한민족의